
하이바라, 나를 부르는 그 목소리가 좋았다.
너의 도움이 필요해. 나를 도와달라는 그의 목소리가 좋았다.
젠장! 왜! 내가 아닌 그 여자를 위해 화내는 그가 미웠다.
마지막까지, 내가 아닌 그 여자를 위해 사라진 그가 미웠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이면 곧잘 아이들은 축구를 하러 나가자고 해왔다. 그리고 항상 아이들의 중심에 있는 소년이 있었다.
“코난! 오늘 같이 축구하자.”
“또? 어제도 했잖아 켄타-”
“오늘은 널 꼭 이기고 말 거야!”
아이의 말에 명쾌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푸른색의 눈동자를 휘며 웃는 그 아이는 언제나 빛이 났다.
“빨리 가요 코난군! 빨리 안 가면 자리 뺏겨버려요!”
“맞아, 코난! 빨리 가자!”
“조금 기다려봐- 아유미, 미츠히코!”
웃으며 가방을 챙겨 드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던 나는 일어나 가방을 어깨에 멨다.
“하이바라, 너도 갈 거지?”
“뭐, 하루쯤은 뛰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뭐? 아이쨩도 오늘 같이 축구하는 거야? 아유미 너무 기뻐!”
나의 대답에는 그보다는 다른 소녀가 기뻐했다. 제 손을 잡고 붕붕 뛰는 것이 마냥 귀엽기만 했다.
“응, 오늘은 같이 축구할게.”
“하이바라씨도 하시는 겁니까?”
“뭐야, 하이바라도 오늘 축구 하는 거야? 오늘은 3대 1이다. 코난!”
“뭐? 그런 게 어딨어-!!”
축구를 잘하던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길 잘했다. 책을 읽기 좋아하는 나와 달리.
언제부터인지 몰랐다. 내 시선 끝에 그 아이가 머물게 된 것은.
“하이바라, 부탁할게.”
오늘도 짧게 탐정단 뱃지로 내게 부탁을 해오는 그의 목소리에는 미안함으로 가득했다. 이상했다, 미안함을 받는 것이 좋았다. 웃기게도, 행복하기도 했다. 나는 참 이상했다.
“그래, 맡겨둬.”
“고마워, 역시 너 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었어.”
그의 말은 나를 붕 뜨게 만들었다. 풍선을 몸에 묶어 두둥실 떠오르는 듯 기뻤다. 이내 들려오는 그의 말에 풍선이 펑하고 터져버렸다.
“아 혹시 란 보면 박사님 댁으로 가라고 전해줘!”
그의 입에서 나오는 다정한 목소리는, 내 이름이 아닌 다른 이의 이름을 부를 때였다.
“…….”
조용해진 나의 반응에 그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나의 이름을 불러왔다. 그가 나를 불러준다면, 하늘 위로 붕 떠오를 거로 생각했는데, 그것이 전혀 아니었다. 가라앉아버린 제 마음은 쉽사리 붕 뜨지 못했다.
“…하이바라? 왜 그래?”
“…아니야, 당신.”
그대로 무전을 끊어버리고는 고개를 돌려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가라앉아버린, 내 마음은 쉽사리 붕 뜨지 못했다. 결국, 손을 들어 올려 얼굴을 덮었다. 그와 관련된 사건에서 나는 나답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 그는 눈앞에 나타난 어려움에도, 죽음에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그가 언제나 걱정스러웠다. 그가 내 눈앞에서 한순간에 사라질 것 같았다.
“당신 그러다가 진짜로 죽을지도 몰라…!”
제 걱정에 그는 언제나 밝게 웃어 보였다. 어둠 속에서 날 끌어올려 준 그 미소로 그는 괜찮다고 말하며 스스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어가고 있었다.
“난 괜찮아, 하이바라. 너라도 빨리 가.”
“당신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고!”
나의 울부짖음에도 그는 괜찮다는 듯이 손을 뻗어 나의 등을 밀었다. 툭, 나를 밀치는 손길에 건물 밖으로 밀쳐진 나를 바라보며 그는 웃어 보였다. 안심한다는 듯 지어 보이는 웃음에 더 두려움이 몰려왔다.
“쿠도군!!”
나의 외침에도 그는 몸을 돌려 불이 집어삼킨 건물로 뛰어들었다. 가면 안 돼. 가지마. 나의 간절한 외침에도 그는 불이 집어삼킨 건물로 뛰어갔다. 그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질수록, 더 불안해지기만 했다. 다시는 그를 보이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나를 집어삼켰다. 무서워, 무서워 다시는 그를 보지 못하게 될까 봐.
“쿠도군…. 제발.”
무사해 줘. 나는 그런 그를 말릴 자격도 없기에, 그저 그가 무사히 나오길 바랄 뿐이었다. 신에게 간절히 빌었다. 뭐든 좋으니, 그만큼은 살려달라고. 하지만 신은 내 편이 아니었다. 나의 간절한 소망에도 신은 나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고집대로, 들어가 사람들을 구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그녀를 안고 나온, 공안의 사람은 그녀를 구조대원에게 건네주고는 다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가고자 몸을 돌린 순간 무너지는 건물은 그를 집어삼켰다. 불이 집어삼킨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한순간 쿵, 하고 내려앉아 버린 건물에서 그는 나오지 못했다. 무너져버린 건물에 나오지 못한 사람은, 그뿐이었다.
“…코난군….”
내 옆에 서 있던 공안의 사람은 무너진 건물을 바라보며, 주저앉아버렸다. 나도 그와 같았다. 다리의 힘이 풀려버렸다. 털썩 주저앉아버려 멍하니 무너진 건물을 바라보았다. 아, 아. 무너져버린 건물에 나의 세상도 무너져 내려버렸다.
세상이 무너져 내려버렸다. 나의 불안정하던 세계를 지탱해주던 그가 사라지자 모든 것이 무너져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