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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깊은 어둠 속, 심연에서 사는 상어와 같았다. 그렇기에 항상 빛을 동경해왔다. 당신은 내게 한 줄기의 빛이자,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이었다. 그런 당신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이 빛이 아닌 날, 더욱더 어둠으로 끌어내리란 사실을 잘 알았다. 나는 그 어둠을 빛이라 믿고, 손에 쥐었다. 나는, 미련했고 멍청했다. 그의 손은 나의 목을 향했고, 나는 그의 손에 의해 목이 졸리며, 더 깊은 심연 속으로 내려갔으니까.

 

 

뚜벅뚜벅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한 개인 실험실에 가까워지는 발걸음이 거슬린 듯 몸을 돌렸다.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했을 텐-.”

점점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결국 몸을 일으킨 나는 문 앞에 서서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무어라 말을 하고자 입을 연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 죄송합니다. 개인 실험실이란 사실은 알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로서 인사는 드려야 할 거 같아서요.”

고개를 들어 올려 얼굴을 바라보던 나의 두 눈동자가 한없이 점점 커졌다. 동쪽의 명탐정이 왜 여기에…? 내 표정을 읽었는지 씨익 웃어 보이는 그 미소는 한없이 부드럽기만 했다.

“마티니라고 합니다.”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그 뒤로 친해지는 것은 쉬웠다. 머리가 좋았던 그는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고, 나도 그의 도움을 받아왔다.

“쉐리- 일을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쉬엄쉬엄해요. 몸 망가지면 안 되죠.”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그의 부드러운 행동은 나를 무너지게 하기 쉬웠다. 벽을 만들던 나는, 그렇게 그에게 조금씩 무너져갔다. 그가 없으면 안 되는 삶으로 점점 바뀌어 가는 듯했다.

“마티니, 당신이야말로 잠은 제대로 자는 거야?”

“쉐리- 당신이야 말을 제대로 자.”

손을 뻗어 내 뺨을 부드럽게 쓸어주는 그의 행동에 간질간질한 마음이 깊숙한 곳에서 피어올랐다. 이런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나는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 ‘그 사람들’에게 안 가도 돼?”

내 말에 그는 웃어 보이며 응, 오늘은 네 곁에 있을 테니. 라며 나의 이마를 부드럽게 쓸어 올렸다. 그의 부드러운 말이 거짓임을 잘 알았음에도, 한 줄기의 빛과도 같았다. 닿으면 바스러지는 빛임을 알면서도, 나는 그 빛을 잡아버렸다. 손바닥에 아직 남아있는 바스러진 빛의 흔적들을 쥐면서, 나는 두 눈을 감고는 그의 온기를 느꼈다.

 

“쉐리 보고서 뭔가 이상한 거 같아.”

그의 말에 의자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하얀색의 연구원 가운을 입은 그의 옷에 잠깐 시선을 두다 이내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청안은 언제나 밝았다, 그렇기에 빠져 들어갔다.

“마티니, 보고서가 이상하다니?”

나는 몸을 일으켜, 그의 옆에 섰다. 그에 그는 서류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아, 그의 체취가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잔뜩 긴장해 굳어진 두 뺨을 억지로 움직였다. 고개를 돌리자, 그의 샴푸 향이 느껴졌다. 아 묘하게 풍겨오던 달달한 냄새는 그의 샴푸 냄새였구나. 나는 그의 머리칼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려 보고서를 바라보았다.

“…그러게. 당신, 수정 좀 부탁해도 될까?”

나의 말에 씩 웃어 보이는 그를 바라본 나는 불안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내 가라앉혔다.

“맡겨둬. 쉐리-”

아, 그의 웃음에 또다시 빛이 내려온 듯했다. 나도 모르게 폈던 손을 쥐었다. 그의 바스러진 빛이, 내 손바닥에 있지 않을까. 그의 웃음 나는 고개를 돌려 이내 다른 보고서에 시선을 두었다.

 

쉐리.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는 그 뒤에도 여러 번 나의 실책이라며, 내가 한 것들이 아닌 보고서를 내게 보여주었다. 누가 봐도 내 것이 아닌. 하지만 쓰여있는 글씨는 내 글씨였다. 안다, 그가 내 글씨를 따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런데 나는 멍청하게도 그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다. 그가 나를 바닥까지 끌고 갈 준비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티니…, 당신이 다 그런 거야?”

“쉐리, 미안하게 됐어.”

아, 지독하기도 아름다운 청안을 가진 그의 눈동자 속에 가득 찬 나의 표정은 허무함도 없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결국엔 당신이 나를 버릴 줄 알았다는 듯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신에게, 나는 조금 도움이 됐어?”

“엄청 많이. APTX-4869의 존재도 도움이 되었어.”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네.”

나의 말에 그는 조용히 손을 뻗어 나의 목에 손을 둘렀다. 내 목을 감싸는 그의 손의 온도가 느껴졌다. 나는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처음 그가 날 바라보며 말하던 그 목소리를 잊지 못했다.

‘마티니라고 합니다.’

그는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내게 그럴 목적으로 다가온 게 맞겠지.

“…당신은 왜 NOC가 된 거야?”

“……쉐리, 알려고 하지 마. 당신의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사실을 잊지 마.”

“…그래. 마티니, 당신의 마지막 임무가 날 죽이는 거야?”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내 목에 힘을 주었다. 숨이 막혀오고, 두 눈이 흐려졌다. 세상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쥐고 있었던 손이 펴졌다. 나의 손에 가득히 바스러져 있던 빛이, 바닥으로 떨어져 갔다. 깊은, 심연 속으로 떨어져 사라져 갔다. 빛을 삼켜버릴 어둠 속으로 그렇게 사라져 가는 빛을 바라보며 나는 어떠한 반항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나의 목을 조르는 그의 힘에 가만히 힘을 풀었을 뿐이었다.

“당신이… 조금이라도, 날, 생각했으면 좋겠네.”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내어, 웃어 보였다. 아, 마지막으로 그의 청안을 바라보았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그 청안은, 죄책감으로 가득 해있었다.

그래, 난 그거면 만족해. 나는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깊은 어둠 속에서 물이 차올랐다. 발끝에 닿는 차가운 감각이 온몸을 맴돌기 시작했다. 차오르는 물이 나의 목까지 차올랐을 때, 나는 두 눈을 감았다. 이윽고 나를 완전히 집어삼킨 물에 절로 힘이 빠져감을 느끼며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깊은 심해 속으로 끌어당기는 나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두 눈을 감은 채 가라앉고 있었다. 나를 집어삼키는 심연 속 어둠에 잠겨진 나는 그렇게 가라앉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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